
옆 집 사람
[작가님?]
written by 윤 슬
"아으, 머리야.."
지민은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술을 많이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타입이라 어젯 밤 태형씨랑 술을 마시던 것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시 뭐 실수하진 않았겠지? 지민이 머리를 굴리며 생각하던 도중, 낯선 곳이라는 것을 깨닫고 퍼뜩 정신이들었다. 나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거니.
"어, 지민씨. 일어났네요."
태형이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방문을 열며 들어왔다. 그런 태형에 오히려 되려 당황한건 지민이었다. 왜 태형씨가 여기있는거지?
"저, 저 여기 왜 있는거예요?"
지민이 조심스럽게 태형에게 물었다. 정말 모르겠다는 지민의 표정에 태형은 살며시 웃었다.
"와, 진짜 기억이 하나도 안나요?"
태형은 지민에게 천천히 다가가 지민의 코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지민을 보자, 지민은 그런 태형의 눈빛에 머리를 최고속도로 굴렸지만 도저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이놈의 술을 끊던가 해야지.. 눈을 도르륵 굴리는 지민을 보고있던 태형이 천천히 입을 뗐다.
"지민씨 어제 저랑 술 마시구, 열쇠 놔두고 왔다면서 저희 집에서 잤잖아요."
물론 진짜 잠만 잤지만, 테형은 이 뒷말을 조심스레 삼켰다. 어젯 밤, 태형은 한 숨도 편히 자지못했다. 어떻게 이 사람을 앞에두고 편하게 잘 수있단 말인가. 지민은 색색 거리며 아주 잔 것에 반해, 태형은 머릿속에서 오만가지의 생각이 다 들면서 지민의 얼굴을 감상한다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태형을 지민이 알리가 있나.
"아, 조금 기억이 나네요.."
이런 자신이 쪽팔린것인지 지민은 이불을 목 끝까지 잡아당겨 덮었다. 그런 지민이 귀여워 태형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났던 것 같다.
"근데 지금 몇 시에요?"
지민이 이불 속에서 꾸물꾸물 대며 태형에게 물었다. 12시 36분, 태형이 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12시 36분.. 12시 36분..?!?!
"헐!"
지민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 태형은 어리등절. 그저 눈을 크게뜨고 지민이 무슨 일을 하고있는지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어떡해 어떡해..!" 지민은 멘붕이 온 듯 부랴부랴 화장실로 가 세수를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태형의 말에 오늘부터 1시에 알바를 나가야하는데 늦었다는 것.
"알바 장소 여기서 멀어요?' 태형이 지민을 향해 물었다.
"버스타면 30분? 정도 걸려요!' 지민이 다급하게 머리를 정돈하며 태형에게 말했다. 그러자 태형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제가 태워드릴까요? 저 이래봬도 빨리 운전 할 수 있는데."
태형이 지민의 눈 앞에 열쇠를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에 지민은 머리를 정돈하던 손짓을 멈칫 하고 마치 고양이의 눈빛으로 태형을 간절하게 쳐다보았다.
"바쁘신거, 아니에요..?" 지민이 슬쩍 태형에게 물었다. "음, 지민씨라서 태워주는 거랄까요?" 태형이 의미심장한 미소로 지민을 보며 대답했다. 그에 지민은 저게 무슨말인가 곱씹어 보다가 태형의 안가도 돼요? 라는 말에 부랴부랴 손을 씻고 현관 문을 나섰다.
"근데, 무슨 알바에요?" 태형이 자신의 차에 올라타는 지민을 향해 물었다. "그냥, 카페 서빙? 알바에요." 지민이 차에 올라 타 태형을 보고 말했다. 멀뚱히 앉아있는 지민을 본 태형은 지민에게로 다가가 지민의 안전벨트를 매 주었다. 그리고는,
"저 운전 험하게 할지도 몰라요."
싱긋- 웃는 미소는 덤 이랄까. 태형의 그런 미소에 지민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 태형이 잘생긴 얼굴이라는 건 알고있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더 잘생겨보였달까. 지금 숨을 헙 하고 참은 것도 아마 태형의 예고없는 잘생김이 훅 치고 들어와서 그런 것 일지도 모른다.
"빠, 빨리 가야죠..!" 지민이 그런 태형을 외면하는 척 하며 얼른 가야한다며 태형을 재촉했다.
태형은 지민을 데려다주고 난 후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트에 들렸다. 딱히 뭘 살려고 갔다기 보다는 그냥 혹시 오늘 밤에 지민이 피곤하지 않다면 옥상에서 술을 마시자고 할 생각이었다. 마침 오늘 밤에 별똥별이 떨어진다고 뉴스가 떠서 그걸 핑계로 혹시나 해서.
대충 안줏거리와 맥주 몇 캔을 산 태형이 주차장으로 가 차에 올라탔다.
'삐리리리-' , 태형이 차에 올라타자마자 걸려오는 한 통의 전화.
"여보세요?" 태형이 전화를 받았다. [야, 김태형! 뭐하냐?]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유쾌한 목소리. 그의 친구 호석이었다.
"웬 일이래, 니가 전화를 다 하고." 태형이 웃으며 말하자 호석은 술을 마시고 싶은데 다른애들이 바빠서 전화했다고 한다. 얘는 뭐 내가 부르면 튀어나가는 기계인줄 아나봐..
[내가 쏜다.]
는 무슨. 호석의 말에 바로 어디로 가야하냐고 묻는 태형이다. 집에 갔다가 갈까하다가 그냥 바로 호석이 말한 장소로 출발했다.
'딸랑-'
태형이 들어오는 소리에 호석은 태형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태형은 그런 호석을 보자마자 반갑다는 듯 호석의 앞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네가 다사고?" 태형이 주문을 하며 호석에게 물었다.
"그냥, 술 마시고 싶은데 부를 사람이 한가한 너 밖에 없더라." 호석의 말에 태형은 그런 호석이 왠지 짠 하면서도 '한가한' 이라는 수식어에 발끈했다. 한가하다니, 원고 해야하는데. 물론 시간이 아직 있긴 하다만.
"요즘 바쁘냐?" 호석이 태형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그냥 그렇, 아, 재밌는 일이 하나 있네." 태형의 말에 술을 마시던 호석이 궁금하다는 듯 태형을 향해 궁금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태형은 옆 집에 새로 이사 온 지민이 얘기를 시작했다. 생긴 것도 귀엽다는 둥, 술버릇도 귀엽다는 둥, 자는 것도 예쁘다는 둥, 온갖 지민이의 대해서 봇물 터지듯 호석에게 말흘 했다.
"그래서, 니 애인이시겠다?" 가만히 듣고있던 호석이 태형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고기를 먹으려던 태형의 젓가락 질이 움찔했다. 그런 태형을 보자마자 호석은 에? 안사귀어? 라며 태형에게 되물었다.
"지금 진행 중이야."
진지한 태형의 말에 호석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태형의 오랜 친구로서 이런 태형의 모습은 진짜 보일까 말까 하는 모습이었다. 기런 태형의 모습에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얘가 오늘따라 왜 이래.
"같이 잤다며, 그것도 한 침대에서." 호석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근데 안사귄다고? 자신이 아는 김태형이라면 절대 그럴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야, " 호석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태형을 불렀다. 그에 태형은 뭐냐는 듯 호석을 쳐다보자, 호석이 입을 열었다.
"설마, 진짜 잠만 잤냐?"
푸흡- 호석의 말에 마시던 술을 뿜어버린 태형이다. 신선한 태형의 반응에 호석이 놀라며 진짜?? 를 반복해서 물었다. 천하의 그 김태형이 진짜 잠만 자다니.
"친구야, 난 니가 고자일 줄은 몰랐, "
호석의 말에 태형이 급하게 호석의 입에 쌈을 싸서 쑤셔넣었다. 얼떨결에 입에 쌈이 들어간 호석은 먹을게 입에 들어오니 그냥 오물오물 씹었다. 태형은 한 숨을 쉬며 그런게 아니라했다. 솔직히 지민의 술 버릇을 보자마자 좀 위험했다. 너무 귀여운데 색기까지 흐르니 순간 이성의 끈을 놓칠 뻔 했었다. 결국 그러다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키스를 했지만.. 그래도 많이 참은 것이라고 태형은 자부했다.
그 뒤로 호석과 태형은 부어라 마셔라 죽을 듯이 마셨다. 호석과 술 마시는 건 오랜만이라 그런지 차를 끌고온 것도 잊은 체 그렇게 마셨던 것 같다.
결국 대리운전을 부른 태형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풀썩 쓰러진 태형은 아직 남아있는 지민의 체취가 풍겨오자 그 체취가 묻은 이불을 끌어당겨 덮었다. 특유의 달콤하면 서도 상큼한 지민의 냄새가 알싸하게 태형의 콧등을 찌르자 자기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왔다. 오늘 지민씨랑 별똥별 봐야 하는데..
"수고하셨습니다!"
지민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페를 나섰다. 워낙 꼼꼼한 성격이라 조금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은 지민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 역시 고용주에게 잘 보일려면 일을 잘해야 돼. 지민은 속으로 생각하며 버스에 올라탔다. 그 때 문득 떠오른 태형, 지금쯤 뭐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헉, 자기도 모르게 태형을 생각한 지민이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내가 언제부터 태형씨 생각을 한 거지. 지민은 시간이 몇 시쯤 된지 보기위해 핸드폰을 키려는 순간, 핸드폰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디다가 냅두고 왔지? 기억을 찬찬히 짚어보던 지민은 태형의 집에 놔두고 온 자신의 핸드폰 생각이 났다.
"아, 박지민.. 정신 좀 차려라.." 스스로를 탓하던 지민은 어느새 자신의 집 앞까지 도착한 버스를 보고 허겁지겁 버튼을 눌러 버스에서 내렸다.
일단 핸드폰을 찾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자신의 옆 집인 태형의 집에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띵동-', '띵동-', 이상하다, 왜 대답이 없지. 아직 안 들어오셨나? 지민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포기하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열리지 않을것 같았던 태형의 집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린 것을 본 지민은 살며시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섰다. 불을 키지 않은 것 인지 온 통 깜깜한 탓에 손을 휘적휘적 거리던 순간,
"아-!"
지민의 발에 무언가가 걸리는 바람에 앞으로 넘어 질 뻔한 찰나, 무언가가 지민의 허리를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들려오는 잠이 덜 깬 나즈막한 목소리.
"괜찮아요?"
그 목소리와 손의 주인은 태형이었다. 방금 잠에서 깼는지 평소보다 더 낮은 목소리가 은근 섹시하게 들렸다.
"혹시 제가 태형씨 자고있는데 깨운거예요..?" 지민이 눈치가 보이는 듯 살며시 태형에게 묻자 태형은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지민씨. 지금 몇시에요?" 태형이 지민에게 묻자, 지민은 태형의 침대 옆에 놓여져 있는 자신의 핸드폰을 발견하고는 시간을 보았다. 현재 11시 10분 이었다. 시간을 보자 곰곰히 생각하던 태형은 지민을 향해 물었다.
"지민씨, 별똥별 본 적 있어요?" 태형의 말에 지민이 고개를 갸웃하며 엄청 어릴 때 보고 못봤다고 답했다. 지민이 그건 왜 묻냐는 식으로 태형을 쳐다보자 태형은 지민을 향해 씨익- 웃었다.
"우리, 별똥별 볼래요?"
태형의 말은 지민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태형은 좀 전에 샀던 맥주와 안줏거리를 들고 지민과 함께 빌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정말 별똥별이 내리기라도 할 것인지 하늘이 맑았다. 맑은 하늘 덕분에 평소 잘 안보이던 별들이 잘 보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태형과 지민은 옥상에 놓여져있는 평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 캔을 땄다. 오늘따라 술이 더 달게 느껴지는 건 기분탓 일까.
"어, 떨어진다." 지민이 떨어지는 별똥별을 가리키며 태형에게 말했다.
"소원 빌었어요?" 태형의 물음에 지민은 헉 하며 구경한다고 잊어벼렸다고 답했다.
"태형씨는요?"
지민의 물음에 태형이 웃으며 소원을 빌었다고 말했다. 무슨 소원이냐며 재차 묻는 지민의 말에 태형은 자기 얼굴을 지민에게로 밀착시키고는 말했다.
"비밀이에요." 태형의 예고없는 들이댐에 놀란 지민이 눈을 크게 뜨고 깜빡였다. 그 때 또 한번의 별똥별이 떨어졌다.
"어, 지민씨. 얼른 소원!"
태형의 다급한 부름에 지민은 얼른 소원을 빌었다. 빌었냐는 태형의 질문에 지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 지민과 태형은 어제 처럼 술을 마셨던 것 같다. 그러던 도중, 태형이 지민을 보고 말했다.
"지민씨, 지민씨는 어떤 사람이에요?" 태형의 질문에 약간 술에 취한 지민이 말 없이 태형을 쳐다보았다.
"저는 지민씨에 대해 궁금한게 많아요."
지민이 아무 대답없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태형은 차마 떼지 못하겠는 입을 뗐다.
"지민씨, ..지민씨 좋아해요." 태형의 충격적인 발언에도 지민은 아무반응 없이 가만히 태형을 쳐다보기만 했다.
"저도 제가 이상한 거 아는데..!" 태형은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작스레 태형의 얼굴을 잡고 입을 맞추는 지민 때문에. 지민은 짧은 입맞춤을 하고 태형에게서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어느새 붉어진 지민의 볼.
"저는 태형씨, " 지민이 입을 떼는 찰나, 태형이 지민의 볼을 잡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긴 입맞춤을 끝으로 태형이 나즈막하게 지민에게 속삭였다.
"제가 많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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