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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진] Love Scenario 01

W. 윤 슬

 

 

 오랜만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시끌벅적한 분위기, 여기저기서 부딪치는 잔들, 워낙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따로 음료를 시켜 술자리 분위기에 맞게 휩쓸려가고 있었다. 맥주 모금도 마시지 않았는데 취한 같지. 옆에서 풍기는 알싸한 냄새에 괜히 술은 입에도 자신이 알딸딸한 느낌이 드는 기분이었다.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술자리는 좋아하는 편이었다이십대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된 티를 내듯 이런 술자리를 놓칠세라 빠짐없이 참석을 하 했다. 내일은 없다는 술에 취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자신도 괜스레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날과 다르게 술자리가 불편한 느낌. , 동창회 괜히 왔나. 괜히 마음속으로 신경질을 부렸다. 반갑지 않은, 혹은 반가운 얼굴들을 이렇게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마음 무언가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 진짜 오랜만이다! 4년만인가? 못 알아 볼 뻔 했어!

 

 그때 식당 문이 열리고 이윽고 친구의 외침에 모두 시선이 집중되었다. , 생각났다. 내가 허전한 이유. 어쩌면 반갑지 않으면서 반가운 얼굴을 내심 기다렸나 보다. 외국에서 살다 티를 내는 건지 4년전과는 다른 훤칠해 외모와 벌어진 어깨, 그리고 여전한 도톰한 입술까지. 반가운 마음에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었는지, 많은 이들의 주목에 당황한 건지 공중에서 방황하던 너의 시선이 너를 진하게 쳐다보고 있던 나의 시선과 맞닿았다. 눈이 마주치자 안녕,’하고 여전히 오밀조밀하게 생긴 너의 입술이 작게 떨어졌다. 한마디에 괜히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이 들어 바로 너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있었다. 말이 나에게 하는 말인지, 아닌지. 마음 같으면 당장 너에게 가서 너의 손목을 붙잡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지만 사방이 지금까지 오래 왔던 사람들이고 다시 사람들이라 차마 그러지 못했다. ‘잊어버려,’ 수도없이 들어왔던 말이다. 잊었다고 생각했고 볼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보자 마자 예전 기억이 되살아날 누가 알았겠어. 씁쓸한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괜히 옆자리에 앉아있는 지민의 술잔을 빼앗아 들이켰다.

 

 얘가 이래, 마시던 술을 마시…”

 

 나의 시선을 따라간 지민이 석진을 , 하던 말을 하지 않고 입술을 다물었다. ‘ 여기 있냐…’ 나에게 속삭이던 지민이 다시 술잔을 채우고는 다시 들이켰다. 그러게 말이다. 쟤가 저기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할 너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주목 받다가 지쳤는지 빈자리인 앞자리에 착석했다. 이윽고 들려오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의 목소리.

 

 오랜만에 보네. 4년만인가? 동안 연락도 없었네.”

 

 연락은 했는데 네가 안본 겠지. 괜한 신경질에 술잔을 들이키고 테이블에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짜증난다. 근데 짜증나게 잘생겼, 아니, 예쁘다. 너를 잊으면서 지낸 지나간 세월이 무성하게 예쁘다. 전부터 얼굴만 보면 헤프게 웃음이 나곤 했는데 나도 여전한가 , 아직도 그런 보면. 달라진 하나 없는 나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입가에 번졌다.

 

 “…보고 싶었어.”

 

  이런 말이 밖으로 튀어 나온 건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지. 나의 어이없는 발언에 너는 실소를 터뜨렸다. ‘ 빨리도 말해준다…’ 작게 중얼거리는 너의 말을 들은 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러게, 이런 얘기를 이제 했을까. 보고 싶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마디가 어려웠을까 그때는. 미숙했다. 너무 미숙한 열일곱의 사랑이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심지어 보고싶다는 간단한 표현도 하지못하는 그런 미숙한 나이. 때의 우리의 미숙한 사랑에 가려진 지금의 우리의 성숙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아직 우리의 시나리오에는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여기 자리 있어?”

 

 이사를 와서 아는 친구가 명도 없던 석진과 그저 새학기가 어색하기만 태형의 만남이었다. 첫인상이 중요한 법이라 생글생글 웃으면서 최대한 상냥하게 물어봤는데 지금 와서야 그때 당시에 있었던 주변인들 말을 들어보면 굉장히 험악한 얼굴로 물어봤다고 한다 (물론 석진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먼저 앉아 있었던 태형이 보기보다 소심한 성격이라 그때 석진을 보고 흠칫 했을 것이라고. 아마 모든 처음인 곳이라 긴장한 탓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굳었던 같다. 아무튼 이게 우리의 만남이었다. 로맨스 드라마처럼 특별하게 시작된 이야기가 아닌 그저 평범하게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일과를 시작하는 것처럼 흐르듯 자연스럽게 시작한 우리의 이야기. 그렇게 우리의 짧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같은 친구. 그게 우리를 정의할 있는 명칭이었다. 각자 성향이 달라 반에서 말은 섞어 봤어도 따로 만나거나 학교에서 같이 다니지는 않았다.  이런 우리의 미지근한 관계가 바뀌기 시작했던 순간은 바로,

 

 너네 둘이 사귀냐?”

 

  말을 듣고 나서부터다. 누구나 연애세포가 한창 들끓을 학창시절 그런 경험 쯤은 있을 것이다. 아니, 자신이 직접 겪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이런 말을 들은 친구를 본적이 있을 거다. 학교에서 이성이든 동성이든 자주 붙어 다니면 저절로 따라오는 수식어, 어느 순간 반에서는 태형과 석진의 뒤에는 그런 수식어가 붙었다. 이런 수식어가 붙어도 처음에는 태형과 석진은 서로에 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당시에 태형은 반에 현정이라고 좋아하는 이성이 있었고 석진도 4년간 짝사랑 했던 소꿉친구인 남준에게서 마음을 쉽게 떼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태형이 현정을 좋아하는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직접 태형에게서 듣지 않아도 알아챌 있었다. 일곱 고딩 아니랄까봐 태형의 친구들이 동네방네 고성방가를 하고 다녀 평소 정보통이 늦는 석진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서로에게 무관심한 둘이 엮이게 사연은 태형으로부터 시작된다.

 

 

 

 , 우리반에 김석진, “

 

  예쁘지 않냐? 푸웁, 느닷없는 태형의 말에 성재는 먹고 있던 라면을 그대로 뱉었다. , 드럽게. 그런 성재를 보며 태형은 혀를 찼다.

 

 , 취향이 그런 쪽이었냐..?”

 

 태형은 말까지 더듬으며 말하는 성재를 스윽 쳐다보고는 다시 앞에 있는 게임에 집중했다. 그건 아닌데 그냥 예쁘잖아. 내뱉는 태형의 한마디에 성재는 그런가, 하고 고민을 하더니 , 그렇긴 하네, 스타일은 아니지만. 하고 금새 결론을 짓고는 다시 먹고 있던 라면에 집중했다. 이후로 태형은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성재에게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성재가 자신과 석진에게 둘이 사귀냐고 묻기 까지는. 거창한 성재의 말에 비해 돌아오는 태형과 석진의 반응은 미적지근 했지만. 태형이 현정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알고있었다. 동네방네에 고성방가를 하고 다녔던 태형의 친구들 명이었으니. 그리고 태형은 이미 현정에게 고백을 적이 있었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디 포기할 태형인가. 간간히 현정과 연락은 주고 받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태형은 태형대로, 그리고 석진은 석진대로 지내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어느새 1학기가 지나고 있었다.

 

 10대들의 친화력은 빠르다더니, 벌써 다들 자기 반에 스며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어느덧 4개월 정도가 지나고 여름방학식이 다가왔다. 여기저기서 방학 보내라는 식상한 인사들이 오고 가는 가운데 장난끼가 발동한 성재가 신발을 신으러 반을 나가는 석진을 불러 세웠다.

 

 방학식인데 태형이랑 데이트 ?”

 

 낄낄거리는 장난스러운 웃음과 함께 태형과 석진의 사이를 놀리는 성재. 물론 석진도 이게 자신을 놀리는 말인지 알고 있다. 장난에는 장난으로 받아치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새기면서 (그런 없다) 석진은 성재의 옆에 있는 태형에게 어깨에 팔을 두르면서 태형과 눈을 마주쳤다.

 

 그럴까?”

 

 눈웃음. 누가 봐도 얘랑 있어요 하는 티를 내야 한다. 세게 나가면 건드리는 없다고. 자꾸 사이를 엮는 성재에 지쳤는지 성재에게 강한 방을 선사하는 석진이다. 그런 석진의 행동에 석진에게 장난을 걸었던 성재, 그리고 석진에게 당한 태형은 얼음 상태. 수줍은 하지 말라고 하는 석진을 상상했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이렇게 묵직한 방을 선사 해놓고 방학 보내라며 손을 흔들어주고 나서는 호석과 지민과 함께 유유히 학교를 나가는 모습에 성재와 태형은 넋이 나갔다.

 

  뭐냐..”

 

 얼이 빠져서는 석진의 그림자를 시선으로 쫓던 성재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보통이 아니네, 라고 말하며 태형에게 눈을 돌리는 순간.

 

 , 그래?”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올라선 부동자세로 있던 태형에게 성재가 물었다. 모르겠다, 내가 이런지. 얼떨떨하면서도 심장이 쿵쾅쿵쾅 빨리 뛰는게 느낌이 좋지 않다. 성재가 옆에서 뭐라고 하던 들리지 않았다. 그저 떨림에 대한 출처를 알고 싶을 .

 

 

 

 무슨 생각이야?”

 

 초콜릿을 먹으려던 석진에게 지민이 물었다. 고개를 숙이고 초콜릿 봉지를 까려던 석진의 손이 잠깐 멈칫하고 지민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냥, “

 

 재밌잖아. 이렇게 말하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석진에 지민과 호석은 혀를 찼다. 놀리는 버릇 고치라니까. 호석이 석진을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보고 있으면 귀여운 .”

 

입안에 달달하게 퍼지는 초콜릿의 향에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석진이 말하자 취향 독특하다며 고개를 젓는 호석과 지민이다. 어때,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속으로 되뇌며 길을 걷는 석진이다. 자신이 어깨동무가 얼마나 파장을 불러 모른 . 당한 사람은 얼이 빠져 있는데 정작 자신은 그런 따위는 벌써 잊어버린 천하태평이다. 어떻게 보면 둘의 이야기가 시작된 시발점이 여기에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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